18. 윤리학이 답해야 하는 문제들을 완벽하게 서술하려면 결코 생략할 수 없는 논제가 한 가지 남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좋음에 관한 질문은 두 갈래로 분석된다. 어떤 것이 그 자체로 좋냐는 문제와, 무엇이 좋은 결과를 산출하냐는 문제. 첫 번째 문제는 윤리학의 기본적인 문제이며 다른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여러 사물들을 가치의 정도에 따라 올바르게 비교하는 일을 포함하는데, 단순히 ‘수단으로 좋은 것’이 본질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혼동됨으로써 이러한 비교가 원리상 어렵게 돼버리곤 한다. 어떤 사물이 그 자체로 좋다는 판단과, 수단으로 좋다는 판단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그 사례가 참이라면 다른 모든 경우에서도 필연적으로 참이어야 한다. 반면 특정한 환경에서만 좋은 결과를 갖는 사물이라면 다른 환경에서는 나쁜 결과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니 본질적 가치에 관한 모든 판단이 이러한 의미에서 보편적이라는 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참이다. 그러나 이제 내가 밝히려는 원리에 따르면, 본질적 가치에 관한 판단도 사실 보편적인 게 아니며, 단지 일반적일 뿐인 수단에 관한 판단과 유사하다. 앞으로 보이겠지만,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사물들이 무수하게 많이 있다. 나쁜 사물들 역시 무수하게 많으며, 가치 중립적으로 보이는 사물들은 이보다 더 많은 종류가 있다. 그렇지만 세 유형 중 어디에 속하건, 그것은 어떤 전체의 일부로 존재할 것이며, 전체에서 그 사물을 제외한 나머지 사물들은 마찬가지로 같은 유형에 속하거나 다른 두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 그리고 부분들로 구성된 수많은 전체도 각기 본질적 가치를 가질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역설은, 전체의 가치는 그 부분들이 갖는 개별적인 가치의 합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좋은 일(thing)이 다른 선한 일과 맺어지면, 그렇게 함께하게 된 전체의 가치는 두 가지 좋은 일 각각의 가치를 단순히 더한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이 좋은 일과 맺어져서 만들어진 하나의 전체는, 전체를 구성하는 좋은 일이 단독으로 가치보다 훨씬 크다는 것도 확실한 사실이며, 두 가지 나쁜 일, 또는 나쁜 일과 그저 그런 일이 함께 만들어 내는 전체는 부분이 되는 두 가지 나쁨을 더한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그저 그런 일들 또한, 긍정적인 쪽으로든 부정적인 쪽으로든, [본질적] 가치를 갖는 전체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쁜 일을 좋은 전체에 더하는 일이 전체의 긍정적인 가치를 키워줄지, 또는, 나쁜 일을 나쁜 일에 더하는 일이 긍정적 가치를 갖는 전체를 산출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하지만 최소한 가능하기는 한 일이고, 이 가능성이 윤리적 탐구에서 고려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그럼에도 문제를 특정할 것이고, 그 문제를 풀어낼 원리는 분명할 것이다. 전체의 가치가 부분들의 가치를 합한 것과 같다고 여겨선 안 된다.
한 가지 사례만으로도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실증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름다운 사물을 의식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아주 큰 가치를 갖는 일이라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동일한 사물일지라도, 아무도 그 사물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가치만 갖고, 심지어 세간에서는 그 사물이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사물에 대한 의식은 일종의 전체를 이루는데, 거기서 우리는 [아름답다고 하는] 대상과 [아름답다는] 의식함을 부분으로 구분하여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 밖의 다른 일을 의식할 때면, ‘의식함’이라는 요소는 또 다른 전체의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전체들은 극히 적은 가치만을 지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어쩌면 가치 중립적이거나 전적으로 나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체가 지닌 가치의 경미함이 그 대상의 어떤 적극적인(그 전체를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과 구분시켜주는) 결함 때문이라고 언제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물 자체는 완전히 중립에 가깝다. 그러니 단순히 내가 그 사물을 아름답게 의식한다고 해서 그 의식이 전체에 언제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아름다운 것을 의식할 때 갖게 되는 최상의 가치를, 우리가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그 사물 자체를 무시하고서 [아름답다고 여기는] 의식 행위 자체의 가치만을 따져 동일시할 수는 없다. 의식의 내재적 가치가 어떤 것이든지 간에, 의식이 더해져 구성하는 전체의 가치를, 단순히 의식의 가치와 의식 대상의 가치를 합한 것과 정비례하도록 만들진 않는다. 그렇다면 부분들을 단순히 합한 것과는 다른 내재적 가치를 갖는 전체의 예시가 있을 텐데, 그것의 진위는 우선 둘째 치고 그 차이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의 경우에서 알려진다.